# 마지막으로.
한달 반 전에 주문 한 가구가 도착하고 이사가 끝났다. -라는 기분이 들었다.
짙은 블루. 2단 짜리 USM.
크게 화려하진 않지만 디터람스 sk61 올리기에는 적당한 사이즈 적당한 컬러 적당한 높이.
달라지는 건 없지만
그래 끝났구나. 하는 기분.
모두가 퇴근한 후.
몇가지 일을 마무리하고.
안쪽에서부터 차례로 스위치를 끄고.
마지막 스위치를 끄기 전.
다시 스튜디오를 돌아보고.
끝났구나.
-하는 기분.
# 몇번인가 폭발 직전까지 가고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여러 생각을 했다.
* 서서히 인생은 변해 가겠지만.
올해는 특히 변화가 느껴진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어.
앞으로도 더 달라질꺼야.
지나서 되돌아 보는 기점이 있다면 지금 쯤이겠지.
여러가지를 깨닫고 깨닫고 깨닫는 중이야.
무력감에.. 무엇인가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일렁이는 마음을.
가빠오는 숨을.
가라앉히고 잔잔해지는 물결을 생각하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
어떤 선-을 생각해.
하얀 바탕에 격정의 선이
점점 잠잠해지고
흔들리다
점점 조용히
멈추어
죽은 듯이
멈추어서
끝나
* 13년간 같이 지낸 고양이가.
길똥이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거묘라고 노묘라고 놀리고 장난치던 시간도…
더 이상 장난이 아니게 됐지.
출근전에 잠시 들린 병원에서
며칠간 입원해 있던 길똥이는
수액주사 때문에 목에 카라를 하고
케이지에 누워서 물끄러미 눈만 돌려 나를 봐
반갑지도 슬프지도 않아보여
그냥 모든게 다 관심 없어보여
카라에는 토한 자국이 있고
케이지 안에 사료는 하나도 먹지 않았고
무표정하게 나를 봐
아무 감정이 없어보여
평소보다 이른 퇴근을 하고
텅 빈 집에
적막함 속에서
그 표정이 계속 생각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