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꼬맹이 시절에 만화책을 처음 알려준건 사촌 언니였어요.
집안 사정때문에 언니가 얼마동안 우리 집에서 지낸적이 있었거든요.
대여점에서 빌린 만화책을 나한테도 보여줬어요.
처음 본건 순정 만화였는데
그 그림체며, 등장인물, 대사, 종이의 질감, 그걸 볼때 두근거리는 느낌까지 선명해요.
…
사실 언니는 송파구 근방에서 꽤 유명한 날라리라고 해야하나? 그런 문제아 였던거 같아요.
학교에서 꽤 여러번 징계를 받았어요. 사고를 많이 쳤다고는 하는데.. 그게 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음.. 일진 애들이랑 어울리면서 그 중심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후배나 같은 학년들도 피하고 싶어하는 그런 무서운 사람?
언니가 다니던 학교 뿐만 아니라 그 인근에 학교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정도 였어요.
하지만 난 언니가 좋았어요.
나한텐 언제나 잘 대해주고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해줬거든요.
내가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었고 친구들에게서 접할 수 없는 여러가지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줬어요.
언니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말투가 어딘가 초월한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
밤이 되면 어른들은 언니를 못나가게 했어요.
무슨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해서 그랬겠죠.
그래서 저녁에 언니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언니랑 같이 TV도 보고, 만화책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하고 재밌었어요.
…
하루는 저녁에 언니가 자기랑 같이 나갔다 오자고 했어요.
난 신나서 좋다고 했고, 어른들도 어린 사촌 동생이랑 같이 나간다니까 선뜻 그러라고 했어요.
언니를 따라 옆동네로 가게 됐고… 잠시 후에 언니가 아는 오빠들 몇몇을 만나 어떤 건물로 갔어요.
학교 같은 건물 이었는데 잘 기억은 안나요. 좀 어두운 느낌의 건물이었어요.
계단을 같이 올라 가려는데 언니가 나에게 따라오지 말고 밖에서 혼자 놀고 있으라고 했어요.
묘한 기분이 들어 왜인지 물어보지 않고, 그러겠다고 하고 혼자 그 근처에서 있었어요.
왠지 물어보면 안될꺼 같았어요.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언니 혼자 내려왔어요.
언니 표정이 안좋았어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난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았고, 곧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상한 밤 이었어요.
…
여느때처럼 밤에 언니랑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연애,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어요.
난 그때 당시 보던 순정만화 이야기를 신나게 했죠. 한참을 이야기를 했던거 같아요.
그걸 듣던 언니가 천천히.
무표정한 말투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야기했어요.
‘사탕 같은거야. 달지만 언젠가 없어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