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저녁시간.
추운 겨울. 회식을 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한 음식점.
다들 상기된 느낌으로 목소리가 꽤 커져있다.
시끄러워서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는다.
메뉴판을 대충 훑어보고는 적당한 메뉴를 시키고 맥주도 한병 주문한다.
뭔가 멍한- 상태로 이런 저런 대화를 이어나간다.
연말의 이야기, 뭐 그런 이야기들.
그러던 중 영화로 화제가 넘어가던 시점.
‘좋아하실만한 영화가 있어요.’
최근엔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그 전까지 난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에 꽤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터라
그말에 뭔가 간파당한 기분이라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게 뭐예요?’
‘세이사쿠의 아내 보셨어요?’
‘아뇨, 모르겠어요. 어떤 영화예요?’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 영환데요.’
‘잘 모르겠어요, 어떤 장르예요?’
‘음… 좀 예전 영환데.. 혹시 핑크 무비 아세요? 좋아하실꺼 같은데?’
당황했다.
뭐, 그런 영화도.. 당연히 영화 장르 중에 하나니까 이야기 못할 껀 없는데
일반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나오기엔 공격적인(?) 장르가 아닌가.
그런 영화를 좋아할꺼 같다는 이야기는 도대체 무슨 뜻인가.
난 평소 어떤 이미지인 것인가….
‘아.. 아… 네… 그게 혹시…? 일본의 그…’
‘네 맞아요.’
‘아아… 네 아하하… 알긴 알아요.’
‘구하기 아마 힘들텐데 한번 꼭 보세요. 좋아하실꺼예요’
‘네.. 메모 좀 하구요. 한번 볼게요. 제목이 뭐라구요?’
‘세이사쿠의 아내, 세이사쿠는 사람 이름이예요’
며칠 후 의심 반,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그 영화를 찾아보게 됐고…
음… 내가 생각하던 것 과는 좀 다른 영화였다.
내가 생각하던 80년대의 그 핑크 색채 가득한, 소프트 필터를 끼운듯한 색감 일줄 알았는데
분위기는 오히려 라쇼몽쪽에 가깝지 않나 하는 느낌. 상세히는 또 다르지만.
영화는 재밌었다. 일본 특유의 광기어린 진행도 좋고. 여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의심은 의심이지만. 뭐 영화는 좋았으니까.
….
그로부터 몇달이 지난 한참 후. 곰곰히 생각하고 깨달았는데.
난 로망포르노와 핑크무비를 헷갈렸던 것이다.
음.
사진은 GR1V, 필름 kodak plus 200
밤재님의 시선을 빌려 사물을 보다보면 회사원이라는 길을 택한 저는, 가장 예상할 수 있는, 하지만 가장 재미없는 죽음으로의 길을 선택한게 아닌가 싶네요.
로망포르노와 핑크영화는 명목상 비슷한게 아닌가?
제작된 시기가 달랐던거랑 제작규모가 달랐다는것. 그외에 성인들의 정사를 다뤘다는거에서 같은 장르라는 생각이 드는 데 ㅎㅎ
마치 테크노와 일렉트로닉사운드와 같은… 느낌이랄까 (음악에 대해 무지하기때문에 맞는 표현을 했는지는 말 모르겠지만 내 이미지는 그렇다 ㅎㅎ)
나도 찾아봐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