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고 조금은 조용한시간.
뭔가 할게 많았던 것 같았는데.
사실 이시간이 되면 아무 할일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허전한 기분에 뭐라도 볼까도 싶지만 이내 그런 마음도 사그라든다.
여전히 몇가지 일들을 미뤄두고 있다.
마무리를 하고. 마음 편하게 다음 스테이지로 가자- 라는 기분.
너무 같은 음악들만 듣는 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들어본다.
HONNE의 앨범.
음. 나쁘지 않아. 하지만 별로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조금 더 시간이 생겨 음악사냥(?)을 잔뜩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 언제나 교양은 빠르고 간편하고 학점을 따기 쉬운 그런 수업들을 신청했었다.
일본어 기초반이라던가, 인터넷 강의라던가, 컴퓨터 활용 같은 대충- 하고 적당한 점수를 받는.
그 당시엔 전공수업 외에는 학교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
언제나 수업이 끝나면 -때론 끝나기도 전에- 집에가는 버스를 타러 서둘러 나가거나
중앙도서관 정기간행물 코너에서 commercial photo나 편집디자인 도감 같은 책들을 몰아보곤 했었다.
하지만 ‘영화’ 라는 키워드 때문에 신청하게 된 의상 학과의 수업.
사실 의상학과인지 의류학과인지… 잘 모르겠다. 무슨 차이 인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이제는 희미한 학창시절의 기억속에.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
영화를 통해 서양 복식사를 배우던 수업이다.
요즘 며칠간 계속 떠오르는 장면들.
멋진 옷차림을 한 교수님. – 나이 든 교수님의 그런 느낌은 아니었지만… 음- 생각해보면 젊은 편은 아니었어.
다양한 학과의 수강생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세…
매주 공유되던 영화들과 그 속에 나오던 의상들.
드레이프- 라는 단어.
급하게- 하지만 영화를 본 감상문이라 별로 어렵지 않게 쓴 레포트.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인사
-이런 표현은 너무 뻔하지만.. 내심 싫진 않았을 꺼란 생각을 한참 지난 후에 하게 됐지
노틀담의 곱추 공연 영상.
언제나 그렇듯 흐지브지 되는 학기 막바지.
계단식의 강의실. 내 자리는 당연히 맨 뒷자리.
눈에 띄지 않게. 수업이 끝나면 가장 먼저 나가는 학생.
벌써 10년전의 일이다.
그리고 그 어딘가 앉아 있었던.
* 카메라는 CONTAX T3, 필름은 FUJI XTRA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