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인가 부터 하루키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게 되었다.
다들 그런 시기가 있을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상에 남는 단편이나 수필은 꽤 있는데…
4월 어느날에 100% 소녀를 만나는 일- 이라던가.
스니커즈에 관힌 이야기, 호른 연주자에 관한 글 같은 경우엔 아직까지도 종종 떠오른다.
# 추운 날이다.
며칠 째 영하의 날씨.
이런 날은 집에서 별 다른 생각 없이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 있는게 최고다.
곧 해가 바뀌는 카운트 다운.
평소 TV를 잘 보지 않지만 역시 마지막 날은 떠들석한 TV를 켜둬야 아아- 가는구나.
하는 기분으로 정리를 하게된다.
늘 그렇듯. TV는 여러곳을 생중계로 연결해가며 호들갑스럽게 왁자지껄함을 전한다.
심드렁하게 누워 채널을 돌려보지만 역시 비슷한 분위기.
잠시 리모콘을 두고 턱을 괴고 벽쪽에 기대 앉아 멍청하게 TV를 응시한다.
야외에 꾸민 무대에 이런저런 공연들이 이어진다. 생방송.
문득 호기심이 생긴다.
저곳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로서는 미지의 영역.
예를 들면 저 앞쪽에 선 저 친구는 어째서 이렇게도 추운날 저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됐을까.
사실 얇아 보이지만 엄청나게 보온이 잘되는 그런 옷을 입은걸까.
공연에 집중하다보면 추위는 못 느끼는쪽이 아닐까.
아니면 무대가 사실은 온돌바닥이라 생각보다 춥지 않은 걸까.
그럴리가.. 하하하.
어쩌면 상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이곳에 끌려 왔을지도 모른다.
뒤늦게 원망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속았다며.
어찌됐든 오늘 같은 날씨, 오늘 같은 날. 임진각이라니.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지 궁금하지만… 알 도리가 없다.
TV는 화면 전환되고 다른 곳을 비추며 소식을 전한다.
장면 전환. 장소 전환.
….
다시 화면 전환.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음. 힘들테지만 불꽃놀이를 보는 건 나쁘지 않겠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하니.
하루키의 호른 연주자 처럼. 내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이유로 그 친구는 그 곳에 있었을꺼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