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름방학 마지막 날.
촬영 때 계속 마신 커피 때문인지... 잠을 푹 잘 수 없었다.
의식적으로 계속 더 자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텅 빈듯한 머리. 제대로 사고가 되지 않는 느낌.
멈춘 듯 하지만 의식은 선명하다.
멍한 기분으로 앉아있다가 모니터를 캘리브레이션 하기 시작했다.
이미 한 세대 지나버린 투박한 디자인의 컬러리미터.
구입하고 얼마 후 바로 신제품이 나와버리는 바람에 사자마자 구형이 되어버렸다.
큰맘 먹고 산건데... 그래도 없는 것 보단 낫다.
캘리브레이션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동안 카메라와 렌즈들을 꺼내 정리를 시작했다.
가방속의 융과 포치에서 카메라와 렌즈를 꺼내 후드와 캡들을 분리해 안전한 곳에 두고
클리너 용액이 묻은 티슈로 바디와 렌즈의 마운트 부분을 꼼꼼히 닦는다.
가끔 주기적으로 닦아주는데도 마운트 부분은 언제나 티슈에 검은 때가 묻어나온다.
혹시나 습기가 차지 않을까 싶어 클리너 용액이 완전히 건조된 것을 확인하고 캡을 닫는다.
필터에 묻은 약간의 먼지와 이물질은 렌즈 전용 천으로 조심히 훓어내고 형광등 불빛에
반사시켜 꼼꼼히 확인한다. 그 후 렌즈 바디를 클리너로 깨끗히 닦아낸다. 렌즈에 손 기름기가
없어진 것과 클리너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후드를 체결해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뒤집어 세워둔다.
카메라도 비슷한 순서로 닦고는 마지막 촬영때의 셋팅을 기본으로 돌려 놓는다.
여기까지가 일종의 제로 포지션(zero position).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조금 더 의식적으로.
* 며칠 동안 정신없이 사진 찍고, 또 찍고, 또 찍어도 필름 걱정없이 더 찍을 수 있는
디지털이. 가끔은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필름이라는 '현존재'가 가지는 의미, 유일성, 진실성, 감성, 그 모든 것 보다....
메모리를 비우면 내일 또 촬영 할 수 있는 디지털이 한없이 더 고맙다. 진심으로.
* 최근 어떤 분에게 랩 장비(?)를 스폰 받았다. 이런말을 하면 당사자 분은 별 것 아니라고
무슨 그런말을 하냐고 하시겠지만 정말이지 감사하다. 스폰서(?)분은 여유 있어서 도와주신거라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감사하기도,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던 것 같다.
일일이 말할 수 없을 만큼 많고, 큰 도움들을 받았다.
곰곰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고... 또 한없이 고마운 기분이 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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